北 오물풍선 도발에...'대북 확성기' 전면 가동
강유리 기자
승인 2024.07.22 09:53
[사진 = 합동참모본부 제공]
북한이 반복적인 경고에도 불구하고 오물 풍선 살포를 계속하자, 우리 군 당국은 전 전선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전면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과거 북한이 '준전시 상태'를 선포하고 포격 도발을 감행했던 전례를 고려할 때, 북한이 의도적으로 긴장을 고조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합동참모본부는 22일 오전 6시부터 확성기 방송을 시작했으며, 방송은 오후 10시까지 16시간 동안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원래 군은 융통성 있게 확성기를 부분적으로 가동했으나, 북한이 오물 풍선을 다시 살포하자 전날 오후 1시부터 모든 고정식 확성기를 전면 가동하기로 했다.
'자유의 소리' 방송에는 리일규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정무참사 등 북한 외교관들의 연쇄 탈북 소식과 비무장지대(DMZ) 북측 지역에서 지뢰 매설 작업 중 발생한 폭발 사고로 인해 북한군 다수가 사망한 사건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지난 18일 강원도 전방에서 탈북을 시도하던 북한군이 체포된 과정이 우리 군에 의해 모두 감시되고 있었다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북한 내부에 알려지지 않은 정보를 전파해 북한 군인과 주민들의 동요를 유도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전날 오후 8시경 오물 풍선 살포는 잦아들었으며, 이날 아침까지 확인된 '쓰레기 풍선'은 약 500여 개로, 그 중 절반에 못 미치는 240여 개가 우리 지역에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대부분이 종이로 채워져 있으며, 현재까지 안전을 위협하는 물질은 발견되지 않았다.
북한군의 특이 동향은 아직 포착되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확성기 방송은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심리전 수단인 만큼, 북한이 높은 수위의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 16일 "처참하고 기막힌 대가를 각오하라"며 "한국 쓰레기들의 치졸하고 더러운 짓이 계속될 경우 우리의 대응 방식이 달라질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북한이 예고한 '새로운 방식'이 국지전을 포함한 물리적 충돌일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2015년 8월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로 우리 군이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을 당시, 북한은 '준전시 상태'를 선포하고 전방 군인들에게 완전무장을 지시했다. 이후 서부 전선에서 포격 도발을 감행하거나 확성기를 향해 고사총을 발사하는 등 의도적으로 긴장을 고조시켰다.
우리 군의 입장은 확고하다. 북한이 다시 오물 풍선을 살포하거나 다른 유형의 도발을 감행할 경우, 확성기 가동을 멈추지 않고 오히려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고정식 확성기 24대 외에도 이동식 확성기 16대가 가동 준비를 마친 상태다. 합참 관계자는 "북한군의 활동을 면밀히 감시하고 있으며, 어떤 도발에도 압도적으로 대응할 능력과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