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대한민국과 오스트리아가 수교한 지 56년이 되는 해다. 대한민국과 오스트리아 사이 관계는 미국이나 중국, 일본등 여타 나라에 비해 긴밀하지 않아 간혹 오스트레일리아(호주)와 오스트리아를 헷갈려 하는 경우도 있다. 오스트리아 출신 이승만 전 대통령의 영부인 프란체스카 도너를 "호주댁"이라고 불렀을 정도로 오스트리아의 국내 인지도는 낮다. 하지만 오스트리아는 중세 시대에서 근대사까지 유럽 역사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오스트리아의 근간은 합스부르크 가문이 신성로마제국 제위를 받는 시점에서 세워졌다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그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서 <오스트리아의 역사와 문화>는 합스부르크 가문 출현 이전, 할슈타트 문화, 로마제국, 프랑크 왕국에 대해 간략하게 다룬다.
고대 로마제국의 후견 국가를 자처한 합스부르크 가문의 신성로마제국은 한때 지금의 스페인, 독일, 오스트리아를 비롯하여 동유럽까지 그 위세를 떨치기도 했다. 다만 조선처럼 중앙집권 체제가 익숙한 한반도의 역사와 달리, 신성로마제국은 제국 안 여러 영방국가들이 군주를 선출하는 선거군주국이라 이러한 체제가 생소한 한국인들에게 다소 어색하게 다가온다.
<오스트리아의 역사와 문화>가 이 점을 상세히 다루지만 황제, 제후, 교황, 다른 나라와 정략 결혼 등으로 역사가 얽혀있다. 따라서 책 읽는데 한 장 한 장 집중하지 않으면 모르는 이름이 속출하기 때문에 이 점을 읽는데 유의해야 한다.
현재의 오스트리아가 정체성을 형성하게 된 사건은 나폴레옹 전쟁에서 패전을 계기로 해체하게 된 신성로마제국 후, 탄생하게 된 오스트리아 제국의 설립이다. 오스트리아 제국의 설립은 합스부르크 가문을 중심으로 보헤미아 왕국, 헝가리왕국 등을 합쳐 전제군주제 기반의 황제국으로 거듭나는 계기였다.
한편 프로이센이 바이에른 왕국, 헤센 대공국 등을 합쳐 주도한 통일은 독일 제국, 즉 현재의 독일의 정체성을 형성했다. 그간 합스부르크 가문이 사실상 지배한 신성로마제국은 독일을 비롯하여 여러 지역의 영방국가들이 모여 이루는 체제였기 때문에 <오스트리아의 역사와 문화>의 저자는 신성로마제국의 시대를 오스트리아 단독 역사가 아닌, 오스트리아의 역사이자 동시에 독일 역사라고 강조한다.
이후 오스트리아는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으로서 1차 세계대전을, 나치 독일과 같은 민족이라는 미명하에 합병(안슐루스)하여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다. 아직까지 끝나지 않은 2차 세계대전의 진상 규명을 위해서 책은 "첫번째 전쟁", 1차 세계대전과 독오 동맹, 2차 세계대전과 독오합병(안슐루스)의 연관성을 적나라하게 들춰낸다.
전후 오스트리아는 연합군군정기를 거치고 현재의 오스트리아로 발전했다. 하지만 <오스트리아의 역사와 문화>는 오스트리아에 여전히 과거 전쟁의 망령이 오스트리아 정계에 남아있는 실태를 꼬집으며 마친다.
작은 가문에 불과했던 합스부르크 가문이 유럽 전역에 호령하는 제국으로 발전하고 전세계를 광기에 빠뜨리는 전쟁을 일으키기까지 <오스트리아의 역사와 문화>는 오스트리아에 갖고 있던 오스트레일리아(호주)의 차이라는 단순한 궁금증을 넘어버린다. 그리고 현재 독일어를 사용하는 독일과 오스트리아 사이 관계에 대해 명확한 답을 내려준다.
오스트리아가 보여준 흥망성쇠의 과정은 브렉시트, 미국의 보호 무역, 일본의 한국에 대한 무역 전쟁 등으로 어지러운 세계 각국이 현명한 선택을 하기 위해서라면 반드시 참고해야할 내용이다. 그리고 <오스트리아의 역사와 문화>가 바로 그 길라잡이를 해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