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잃어버린 것이나 잊힌 것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문화

"이건 잃어버린 것이나 잊힌 것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함박눈이 내려 하얀 눈이 쌓인 서울의 거리가 기다려지는 조금은 따뜻한 느낌의 겨울. 지난 12일 망원동 카페홈즈에서 환한 미소를 지닌 윤해연 작가를 만났다. <오늘 떠든 사람 누구야?>로 제3회 비룡소 문학상을 수상했고, <영웅이도 영웅이 필요해>로 제22회 눈높이 아동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던 윤해연 작가가 이번엔 <별별마을의 완벽한 하루>라는 작품으로 우리 곁을 찾아왔다.

"다만 잊지 않고 싶은 게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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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저 작품을 소개를 부탁합니다. 
"한 줄 요약하자면 잃어버린 것이나 잊힌 것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 작품 속에서 주인공이 두 개의 세계를 통과하는데 세계를 두 개로 구분한 이유가 있나요? 
"극대화한 설정이지만 하나는 지금 우리의 모습이고요, 다른 하나는 우리의 모습이 반영된 반성과 위로의 세계입니다." 
      
- 공급의 과잉 시대에 살아가며 물건에 대한 가치가 떨어진다기보다는 물건을 대하는 사람의 태도가 변하고 있다는 걸 느끼게 해 줍니다. 윤해연 작가에게도 찾고 싶은 특별한 물건이 있나요? 
"물건에 대한 가치가 떨어지기도 했어요, 물론 물건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는 훨씬 달라졌지요. 아쉽게도 전 특별히 찾고 싶은 물건은 없어요. 물건에 대한 집착이 무척 약한 편입니다. 그러니까 잃어버린 것에 대해서도 쉽게 잊게 되죠. 아마도 저 같은 사람들 때문에 깜깜한 숲이 더 깜깜한 거겠죠. 다만 잊지 않고 싶은 게 있습니다. 최근에 키우던 고양이를 잃었어요. 녀석이 우리에게 준 기쁨과 사랑, 나중에는 슬픔과 고통까지도 잊고 싶지 않아요. 슬픔은 옅어지겠지만 사랑까지 옅어진다면 저 자신한테 실망할 것 같아요."
 
- 잃어버린 물건을 통해서 우리가 잃어버리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 생각할 수 있는 작품인 것 같습니다. 특히 책을 잃어버리고 사는 현상이 인상적입니다. 윤해연 작가가 생각하는 종이책은 어떤가요? 
"종이책은 저한테 문학 그 이상의 세계입니다. 종이책의 모든 걸 사랑합니다. 종이가 주는 질감과 오래된 책에서 나는 꿉꿉한 냄새, 나만 아는 오타 같은 표면적 이유가 아니더라도 종이책을 통해서 세상을 배웠으니 그 외 다른 형태의 문학을 상상할 수 없어요. 그럼에도 점점 커지는 전자책 시장을 무시할 순 없지요. 전 굉장히 유연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어서 다양성에 대해서 찬성하는 편입니다. 결국은 독자의 선택이랄까요. 저 같은 인간들은 종이책을 고집할 테니까요."
 
- 요즘 아이들은 글을 배우기도 전에 스마트기기를 사용합니다. 아이들이 책 보다 스마트기기를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이야기 내용 중 책에 답이 있다는 내용을 아이들은 인터넷에 답이 있다는 식으로 반박을 제기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윤해연 작가의 생각은 어떤가요? 
"위에서 답한 것과 연결된 질문이라 이어서 말할게요. 모든 답을 책 속에서 찾은 저희 세대와는 달리 요즘 아이들은 모든 답을 인터넷에서 구합니다. 저도 요즘에는 인터넷에 많이 의지하고 있어요. 그렇다고 모든 답은 아니었지요. 또한 쉽게 구한 답은 쉽게 잊게 되더군요. 그 질문이 내게 중요한 거라면 아마도 이러한 과정을 통해 더 깊게 답을 찾아갈 거라고 믿어요. 인터넷을 통해서 알아보고 종이 책을 통해서 결국 그 안의 답을 확장시켜 나가겠죠.

전 인간의 보편적 진리 탐구에 대한 욕망을 믿어요. 그러니까 아이들에게 왜 답을 종이 책인 아닌 인터넷을 통해서 찾느냐고 탓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이들은 그렇게 자랄 것이고 그렇게 어른이 되었을 때 더 깊은 해답을 찾아 떠나는 탐험가는 반드시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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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쉽게 구한 답은 쉽게 잊게 된다는 말에 공감합니다. 그런데, 깊이 있는 답을 찾는 방식도 인터넷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긴 해요. 요즘 논문도 거의 인터넷으로 볼 수 있고요. 이런 추세를 감안해서 디지털 형태의 동화를 창작할 생각은 없나요? 만약 있다면 어떤 형태로 도전하고 싶은지 물어도 될까요?
"디지털 형태의 동화나 그 외 디자인 북, 팝업북으로 재연된 동화 등 다양한 시도가 있었음 해요. 디자인 쪽에서 일하는 동생과 함께 그런 것에 대해서 자주 이야기하는 편입니다. 지금은 물리적으로 서로가 너무 바빠서 꽤 깊게 논의한 것도 아직 첫 발을 내딛지 못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벌써 몇 년이 훌쩍 지나가게 되었지요. 동생과 제가 더 낡아지기 전에 이건 꼭 해보고 싶은 프로젝트입니다."
 
- 저도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수업을 듣고 인터뷰 전문기사를 꾸준히 써봐야겠다고 결심했지만, 다른 일을 핑계로 기사를 안 쓴 지 일 년이 넘었습니다. 마음먹은 대로 실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작년 말에 단편동화집 <후루룩 후루룩>이 나온 것 같은데, 이어서 새로운 작품을 발표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인가요?
"갈증입니다. 끊임없이 쓰는 동기는 글에 대한 갈증이 크기 때문이에요. 이건 모든 작가들이 크고 작게 다 가지고 있을 겁니다. 다르다면 욕망하면서 쓰지 않는 작가가 있고 욕망하면서 갈증이 아닌 갈등만 하는 작가가 있어요. 욕망하면서 욕망만 하는 작가가 있듯이요. 저는 끊임없이 욕망하기 때문에 계속 쓰게 되더라고요. 그래야만 이 갈증을 조금이라도 풀 수가 있어요."
 
- 글을 쓰면서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
"객관화입니다. 글쓰기는 매우 주관적인 작업이라 객관화해서 바라보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남의 작품은 명징하게 해석할 수 있는데 방금 작업한 제 작품은 그게 바로 보이지가 않아요. 시간이 지나면 더 확실하게 알 수 있는데 그래서 이미 출간한 자신의 작품을 작가들이 잘 안 보게 되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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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으로 독자에게 한 마디 해주시죠.
"제 독자는 어린이가 많아서 어린이에게 말해야 하는데 선택을 하는 주체가 부모인 경우가 더 많기에 지금은 어른에게 말하고 싶네요. 아이에게 책을 준다는 건 또 다른 세계를 선물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은 매우 다양합니다. 책 속의 세계는 훨씬 더 다양하고 복잡해요. 그 안에 얽힌 수없이 많은 갈등과 억압, 행복과 위로, 슬픔과 분노를 차곡차곡 경험하게 해 주세요. 그게 아이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힘이 됩니다. 우리도 그렇게 어른이 되었답니다."
 
- 디지털 미디어에 종이책이 점점 자리를 내어주는 느낌이 드는 요즘 종이책이 계속 사랑받을 수 있길 기대해봅니다. 한편으로는 종이책의 대안이 전자책이 아니라 유튜브를 활용한 동화가 나올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상상을 해봅니다. 그렇게 되면 작가의 수익모델이 인세에서 광고비로 전환될 지도 모르겠네요. <별별마을의 완벽한 하루>에서 말하듯 점점 책을 잃어버리는 것 같아서 안타깝습니다. 책은 잃어버리기보다 읽어버리는 것이 좋은데 말이죠. 다음에도 멋진 작품으로 만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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