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커 별>
오카다 준 글
윤정주 그림
이경옥 옮김
보림
2018.1.5.
삼 학년이 되자 마코는 야구 모자를 쓰기 시작했다. 스티커 때문이었다. 삼 학년 담임 선생님은 시험을 치러 백 점 맞은 아이에게 스티커를 주었다. 은빛 나는 별 모양 스티커가 참 멋졌다. 마코네 반 아이들은 스티커 때문에 백 점을 맞으려고 애썼다. (4쪽)
나라지기가 어떻게 다스리느냐를 놓고서 "잘한다·못한다"를 이레마다 따지곤 합니다. 어쩌면 날마다 따질는지 모릅니다. 이레마다, 또는 날마다 인기투표를 하는 셈인데, 굳이 이렇게 해야 할까 싶곤 합니다. 잘하거나 못하거나를 따지는 일이 나쁘다기보다는, 한 사람이라도 못마땅하다는 목소리가 있으면 나라지기는 이를 귀담아들을 노릇이요, 한 사람이라도 즐겁다는 목소리가 있으면 더욱 힘내야겠다는 채찍질로 삼을 노릇이지 싶거든요.
일터 가운데 영업부 쪽에서는 한켠에 성적표를 붙이기도 합니다. 저마다 얼마나 잘 팔았거나 돈을 벌어들였는가를 놓고서 막대표를 붙이지요. 이러면서 첫째하고 둘째처럼 높은자리를 북돋우고 꼴찌에 있는 이를 다그치기도 합니다. 이때마다 첫째자리이든 꼴찌자리이든 고단하기는 매한가지예요. 첫째자리는 그 높이를 지키려고 안간힘을 쓸 테고, 꼴찌자리는 얼른 벗어나고 꼴찌를 남한테 넘겨주려고 악을 쓸 테니까요.
"신! 너 때문에 스티커 못 받았잖아. 나한테 미안하다고 해야 하는 것 아냐?" 요시코는 백 점 맞은 시험지를 책상 위에 펼쳐 놓고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신이를 노려보았다. (10쪽)
1983년에 일본에서 처음 나온 <스티커 별>(오카다 준 글·윤정주 그림/이경옥 옮김, 보림, 2018)을 읽으며 속이 쓰립니다. 1983년에 일본에서 나온 어린이책이라지만 아직 일본에 이런 교실이며 교사가 있을 듯하고, 2019년 한국이라 하더라도 요새까지 한국에도 이런 학교이며 교사가 있을 듯하거든요.
잘했다고 하는 아이한테 "별 스티커"를 붙여 주면서 북돋우는 뜻이 나쁘지는 않아요. 그러나 어느새 아이들은 별 스티커 숫자에 목을 매답니다. 동무보다 더 많이 따거나 차지하려 합니다. 동무보다 적게 얻거나 하나도 못 딴 아이는 주눅이 들거나 놀림을 받습니다.
바보라는 말을 듣자 잇페이는 화가 났다. "그래, 맞아! 우리는 바보야! 네가 우리 같은 애들 마음을 어떻게 알겠냐? 너같이 대충대충 해도 스티커를 받고 우쭐대는 애가 우리 기분을 알 수 있겠어?" 마코의 얼굴이 눈 깜짝할 사이에 일그러졌다. "난 우쭐댄 적 없어!" "우쭐대지 않는 애가 보란 듯이 모자에 별을 붙이고 다녀!" (35쪽)
이른바 줄세우기예요. 앞자리는 잘한다 여기고 뒷자리는 못한다 여기는 셈인데요, 시험성적만으로 줄세우는 이런 일을 배움이나 가르침이라도 해도 될는지 궁금해요. 시험성적뿐 아니라 달리기 성적도 따질 테고, 책을 많이 읽은 성적도 따질 테며, 글솜씨나 그림솜씨도 성적으로 따질 테지요.
빨리 달리면 무엇이 좋을까요? 뒤처지는 동무를 모르는 체하면서 혼자 앞서 나아가면 무엇이 즐거울까요? 넘어진 동무를 아랑곳하지 않으면서 첫째나 둘째를 거머쥘 적에 무엇이 기쁠까요? 이런 곳에 사랑이나 꿈이나 노래나 춤이 흐를 수 있을까요? 어깨동무가 아닌 혼자살기로 치닫는 데에서 슬기롭게 가르치거나 배우는 한마당을 열 수 있을까요?
"화장실이 뭐가 훌륭하냐?" 잇페이가 혼잣말하듯 중얼거렸다. "화장실을 칭찬하는 건 신이뿐이야." 마코가 말했다. "맞아. 화장실이 잘 해도 칭찬하는 사람은 없어." (42쪽)
어린이책 <스티커 별>은 어린이가 흔히 읽을 텐데, 어린이 곁에서 교사하고 여느 어버이도 같이 읽으면 좋겠어요. 아이를 둔 어버이가 아니더라도 이 같은 이야기를 차근차근 읽고 새기면 더 좋겠어요. "성과 제도"에 목을 매달지 않도록, 남보다 앞서야 한다고 닦달하지 않도록, 서로 아끼면서 도우며 활짝 웃음짓는 즐거운 살림이 되도록, 새롭게 한 걸음씩 나아가면 좋겠습니다.
하늘에 반짝이는 별은 겨루지 않아요. 우리는 지구에서 보기에 별빛도 등급으로 가릅니다만, 별빛에 왜 등급이 있어야 할까요? 별빛은 모두 별빛이요, 다 다른 별빛은 언제나 푸근하게 우리 별 지구를 감싸 주는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