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택동은 어떻게 1인자로 발돋움할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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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택동은 어떻게 1인자로 발돋움할 수 있었을까?

지난 2019년은 3.1혁명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해였습니다. 의미 있는 해를 맞아 많은 시민들이 임시정부가 걸었던 "임정로드"를 따라 걸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1주년, 102주년에도 그 발걸음은 계속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역시 지난 1월 9일부터 5박 6일 동안 청년백범 14기 답사단의 일원으로 중국 광저우~충칭에 이르는 임정로드를 탐방하고 돌아왔습니다. 길 위에서 보고 들으며 느꼈던 경험을 독자들께 공유하고자 <오마이뉴스>에 답사기를 연재합니다. - 기자 말


류저우는 유강(柳江)이 도시를 둘러싸고 있는 가운데, 군데군데 돌산들이 솟아있는 독특한 지형을 자랑한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루 추정되는 낙군사 바로 뒤에도 작은 돌산이 우둑커니 서 있는데, 이 산이 "어봉산(魚峰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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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서 10분이면 정상에 도달할 수 있는 동네 뒷산이지만 경사가 가파르고, 시내에 고층 빌딩이 많지 않은 탓에 높은 산에 오른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정상에서 내려다 본 류저우 시내의 전경은 그야말로 절경이다. 도심의 작은 뒷산에서 이런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니. 아마 류저우에 머물던 독립운동가들도 생각이 많아질 때면 어봉산에 올라 심신을 다스리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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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봉산 동굴에 이런 비극이 있었다니

답사단원 모두 어봉산의 황홀한 절경에 푹 빠져 "인증샷"을 찍기 바빴지만, 사실 어봉산은 마냥 들뜬 마음으로 오를 수만은 없는 산이다. 80년 전, 이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생사의 기로에 섰기 때문이다.

류저우는 공업도시로서 중국군의 전시 물자를 생산·공급하는 후방 기지 역할을 했는데, 그로 인해 일본군의 주요 공습 대상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공습 경보가 울릴 때마다 류저우 시민들과 임시정부 가족들은 어봉산 동굴로 대피했다.

임시정부 가족들이 류저우에 도착한 그날도 예외는 아니었다. 바로 그날 폭격이 있었고, 하필이면 동굴에 직접적인 폭격이 쏟아지는 바람에 동굴은 그대로 무너져 무덤이 되고 말았다. 동굴로 대피한 이들이 그대로 생매장을 당한 비극이었다.

"겁에 질린 일행이 머뭇거리며 굴 밖으로 나왔더니 처참한 광경이었다. 우리가 들어 있었던 집 앞뒤, 오른쪽, 왼쪽이 불바다를 이루고 있었고, 동굴 문밖의 넓은 밭에는 작탄이 떨어져 패인 웅덩이가 헤아릴 수 없이 많았고, 참혹하게 된 시신도 많이 눈에 띄었다." - 양우조·최선화, <제시의 일기> 中

모두가 죽음의 공포 속에서 바들바들 떨어야만 했던 어봉산 동굴. 지금도 어봉산 곳곳에 동굴들이 남아있지만, 그때의 흔적은 전혀 남아있지 않다. 지금 있는 동굴은 이미 중국의 민속설화를 소개하는 테마파크로 완전히 탈바꿈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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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 밖으로 나오면 얼후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부르는 중국인들, 옹기종기 모여 바둑과 장기를 두는 노인들로 바글바글하다. 어봉공원 그 어디에서도 전쟁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렇기에 이 장소는 더 기억해야 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기억하지 않는다면 누가 이곳에 그런 비극이 있었다는 것을 증언하겠는가.

중국 공산당의 역사적 성지 "준의회의기념관"

어봉산 답사를 끝으로 류저우에서의 짧았던 일정이 끝났다. 우리는 류저우에서 고속열차를 타고 4시간을 달려 구이저우(귀주·貴州)로 이동했다. 광둥에서 광시 그리고 다시 구이저우로 하루에 성을 하나씩 옮겨가는 고된 여정이었지만 아무도 불평불만을 내뱉지 않는다. 학생들은 게임을 하고, 어른들은 토론을 하면서 오히려 기차여행의 낭만을 즐기는 듯했다.

쓰촨(사천·四川)으로 넘어가기 전, 우리는 구이저우의 대표적인 유적지 "준의회의기념관(遵義會議紀念館)"에 들렀다. 이곳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유적지는 아니지만, 현대 중국의 탄생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끼친 사건이 일어난 장소이므로 특별히 추가된 코스다.

준의회의기념관은 1935년 1월, 쭌이(준의·遵義)에서 열린 중국 공산당 정치국 확대회의를 기념하기 위해 조성됐다. 실제 회의를 했던 장소는 출입이 금지되어 있고, 정면의 거대한 전시관만 관람이 가능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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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는 이 현장을 "역사적 성지"로 단장하고 기념하고 있었는데, 중국 공산당 역사에서 준의회의(쭌이회의)가 갖는 위상 때문이다. 이 회의의 결과로 모택동(마오쩌둥·毛澤東)이 최고권력자로 발돋움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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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를 기회로 만든 모택동

준의회의가 열리기 전까지, 모택동은 한 번도 당권을 장악한 적이 없었다고 한다. 당시 중국 공산당은 소련 코민테른의 자금을 받으면서 소련의 영향력 아래 있었다. 중공의 실권은 3인방(박고·주은래·오토 브라운)에게 있었는데, 오토 브라운은 소련의 군사고문이었다.

그런데 1933년 10월 16일, 장개석(장제스·蔣介石)이 이끄는 국민당군의 "제5차 초공작전(第五次 剿共作戰: 제5차 공산당 토벌)"으로 인해 상황이 바뀌기 시작한다. 5차 토벌에서 대패한 중국 공산당 홍군(紅軍)이 후퇴하면서부터다.

10만 명에 달하는 홍군은 18개의 산맥을 넘고 24개의 강을 건너는 2만 5000리 "대장정(大長征)"에 나선다. 1934년 11월 27일, 홍군은 광시성 샹장(상강·湘江)에 도착해 5일 동안 국민당군과 치열한 전투를 벌이는데(상강전투) 전투가 끝난 뒤 남은 병력은 고작 3만 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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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강전투의 패배는 홍군에게는 치욕 그 자체였다. 실권자 중 한 명이었던 박고(보구·博古)는 권총 자살까지 기도하다 주은래(저우언라이·周恩來)의 만류로 포기했을 정도다.

상강전투 이후로도 이들의 시련은 계속됐다. 홍군이 넘어야 했던 광시성의 먀오얼산(묘아산·苗儿山)은 산세가 험준하기로 유명했는데, 바로 아래가 낭떠러지인 좁은 산길이었다. 산길을 행군하던 도중에 병사와 말이 발을 헛디뎌 절벽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다. 추위와 굶주림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그렇게 홍군은 1935년 1월 7일, 마침내 쭌이에 입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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쭌이에 도착한 홍군은 1월 15일, 곧바로 중앙정치국 확대회의를 열어 5차 대공세에 대한 대응 실패와 상강전투의 패배에 대해 비판하는 시간을 가졌다. 박고는 변명하기에 바빴고, 주은래는 자신에게도 패배의 책임이 있다고 솔직하게 인정했다.

패배의 책임을 누구에게 물을 것이냐를 두고 갑론을박을 하던 와중에 드디어 모택동이 나섰다. 모택동은 중국의 역사를 인용하며 "박고와 브라운은 중국 현실을 제대로 모른다"고 비판하면서 "중국에는 중국에 걸맞은 전략과 전술이 있어야 한다"고 지도부 3인단을 거세게 비판했다.

결국 참석자 대다수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어 모택동이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선출되면서 기존의 실권을 장악하고 있던 3인단은 몰락했다(이때 주은래는 스스로 패배의 책임을 묻고 모택동 편에 돌아서면서 몰락을 면한다).

모택동에게 위기는 기회였다. 준의회의를 통해 극적으로 당권을 장악한 마오는 1938년에 군사위원회 주석 자리를 꿰차면서 군권까지 장악했다. 소련의 영향력으로부터도 완전히 독립했다. 모택동이 드디어 날개를 달고 비상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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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의회의는 중국 공산당이 사상 처음으로 코민테른의 참견 없이 자주적이고 독립적으로 자신들의 운명을 결정했다는 점에서 역사적인 사건으로 규정되고 있다. 이 회의는 박고 등의 좌경교조주의로 인해 풍전등화의 위기에 몰렸던 중국 공산당을 구한 일대 전환점이었다." - 나창주, <새로 쓰는 중국혁명사 1911-1949>

그도 "홍군"이었을까?

기념관에서는 준의회의가 열리게 된 배경부터 과정, 역사적 의의를 소개하면서 홍군의 무기, 피복, 장구류 등의 유물들을 전시하고 있었다. 홍군이 쓰던 수통 등 당시 유물들을 보면서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에서 유해발굴병으로 복무하던 시절 지겹게 보았던 중공군 유품들이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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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군의 주역 중 한 명이었던 팽덕회(펑더화이·彭德懷)는 훗날 "항미원조(抗美援朝)"라는 명분 아래 중국인민지원군(중공군)을 이끌고 6.25전쟁에 참여한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중공군과 전투를 벌였던 지역에서는 중공군이 쓰던 유품들이 대거 발굴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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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나는 "허충옥(許忠玉)"이라는 이름을 잊을 수 없다. 2015년 5월, 내가 속한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1951년 당시 국군 6사단과 중공군 사이의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강원도 화천 무명 943고지에서 유해발굴작전을 개시한 적이 있었다.

그때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전한 완전유해가 발굴됐다. "허충옥인(許忠玉引)"이라 새겨진 도장과 함께. 소지품들로 보아 지휘관급 장교였을 것으로 추정됐던 그 역시 모택동과 함께 상강을 넘던 홍군 출신이 아니었을까? 기념관을 둘러보는 내내, 나는 그 이름이 떠올라 잠시 비감에 젖었다.

당시 내가 직접 수습했던 그 유해는 이듬해인 2016년, 인도주의 원칙에 따라 중국으로 송환됐다. 인천국제공항 활주로에서 열린 중국군 유해 인도식에 참석한 중국의 고위 인사는 인도주의 원칙을 구현해 준 대한민국에 경의를 표하며 "양국의 우호 관계는 한 단계 더 발전할 것"이라고 감사를 전하기도 했다.

사실 6.25 전쟁을 생각할 때마다 중국과의 관계가 참 불편하게만 느껴졌는데, 현장에서 한·중 양국의 군인들이 마주하여 유해를 인도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역사의 변화가 실감났다. 적군의 유해를 발굴해 예의를 갖춰 송환할 정도로 우리나라의 국격이 많이 발전했다는 사실에 뿌듯함마저 느껴졌던 순간이었다.

한국과 중국은 수천 년을 얽히고 살면서 한 가지 감정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그런 애증의 관계를 맺어왔다. 지난 날의 은원을 모두 풀고 이제는 좋은 이웃으로 함께 새로운 역사를 써나갔으면 하는 바람을 품어보며 기념관을 나섰다. (*6부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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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시물은 한예지님에 의해 2020-02-27 11:33:31 민족/국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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