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인데 빠지거나 작게 새겨진 이름, 여성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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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가인데 빠지거나 작게 새겨진 이름, 여성이라서?

2017년이 촛불혁명의 승리로 우리 사회 민주화의 새로운 전기를 맞은 해였다면 올해 2019년은 3.1혁명(3.1운동) 100주년이자,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해다. 이를 기념해 독립운동과 민주화운동의 유산을 많이 가지고 있는 서울 동작구를 "동작 민주올레"라는 이름으로 구석구석 탐방하면서 독립운동과 민주화운동의 역사를 되새기는 시간을 갖고 있다. 탐방은 총 여섯 개 길(대방길, 노량진길, 흑석길, 신대방길, 상도길, 현충원길)로 나누어 진행하며, 코스별로 6~7회에 걸쳐 연재한다. "대방길"과 "노량진길" "흑석길" "신대방길" "상도길"에 이어 이번에는 "현충원길"이다. - 기자 말

▶ 코스안내 : ①서울현충원 4.3길 – ②서울현충원 독립운동가길 – ③서울현충원 5월길 – ④서울현충원 친일파길 – ⑤서울현충원 전직대통령길 – ⑥서울현충원 평화·통일길 - ⓻서울현충원 여성길
 
[지난 기사] 임신 중에도 폭탄 거사... 이 여성 독립운동가를 아시나요

독립운동가묘역 중 1965년에 제일 먼저 조성된 애국지사묘역에는 남자현을 비롯하여 오건해, 정현숙(정정산), 권기옥, 오광심, 신순호, 오희영 등 일곱 분의 여성 독립운동가가 안장돼 있다.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이들 일곱 분 중 다섯 분의 여성 독립운동가는 역시 독립운동가의 삶을 살다 소천한 남편과 합장돼 있다. 전부 218위의 독립운동가가 안장돼 있으니 여성 독립운동가의 비율은 3.2%에 해당한다.

이들 일곱 분의 여성 독립운동가를 두 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만주 독립군의 어머니로 불린 남자현(1872~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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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현은 영화 <암살>(2015)의 주인공 안옥윤의 롤모델로 알려져 있다. 남자현은 1925년 국내로 잠입해 당시 조선총독 사이토 마코토를 저격하려다 뜻을 이루지 못했는데, 이 점에 주목하여 영화 <암살>의 주인공 안옥윤이 탄생했다.

순국선열 남자현의 묘에는 남편 김영주도 함께 안장돼 있다. 남편 김영주는 1896년 영양의병장 김도현 의진에 의병으로 참전해 일제에 맞서다 전사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유복자를 키우던 남자현은 1919년 서울에서 3.1운동에 참여한 후 만주로 망명해 본격적으로 독립운동에 나선다. 이때 남자현은 "만주 독립군의 어머니"로 불리면서 남만주 지역의 독립운동가들 내부의 갈등을 풀어내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1932년, 일제의 만주침략에 대한 진상조사를 위해 만주에 국제연맹조사단(단장 리튼 경)이 왔다. 남자현이 그들에게 "일제가 조선민중의 의사에 반해 조선을 식민지화했다"는 사실을 폭로하기 위해 혈서로 "朝鮮獨立願"(조선독립원)이라고 쓴 흰 천에 잘라낸 왼손 무명지 2절을 함께 싸서 전달한 사건도 유명하다. 이로 인해 최근에는 "여자 안중근"이라는 별칭을 새로 얻기도 했다.

1933년 주만주국 일본전권대사 무등신의(武藤信義)를 제거하기 위한 계획을 실행하던 중 일제에 잡힌 남자현은 17일간의 단식투쟁 끝에 보석으로 석방됐다. 하지만, 아들 성삼에게 중국화폐 248원을 내놓은 뒤 "우리나라가 독립이 되면 독립축하금으로 이 돈을 희사하라"는 유언을 남긴 채 사망했다. 이 유언에 따라 아들 성삼은 1946년 3월 1일 서울운동장에서 거행된 3.1절 기념식에서 이를 실행하였다고 한다.
 
임시정부요인의 뒷바라지 도맡았던 오건해(1894-19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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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건해는 남편이자 동지였던 신건식(1889~1963)과 함께 안장돼 있다. 충북 청주 출신의 유명한 4형제 독립운동가(신정식, 신규식, 신건식, 신동식) 집안의 넷째였던 신건식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임시의정원 의원과 재무부 차장 등을 지냈다.
 
오건해는 1926년 5살짜리 딸 신순호를 데리고 일찍이 1911년에 망명한 남편 신건식이 있는 중국 상하이로 망명했다. 사위 박영준의 회고(<한강물 다시 흐르고 ; 박영준 자서전>) 에 따르면 "독립운동가 치고 오건해 여사의 음식을 먹어 보지 못한 사람은 독립운동가가 아니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음식 솜씨가 좋은 오건해 여사는 독립운동가의 뒷바라지에 평생을 보낸 분"이었다. 오건해는 망명 이후 줄곧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안살림과 독립운동가의 뒷바라지를 도맡았던 것이다.
 
1937년께에는 병약해진 당시 임시정부 주석 이동녕의 병환 치료에 정성을 다했고, 만주에 가족을 두고 홀로 충칭으로 와서 독립운동을 하고 있던 미래의 사돈 박찬익의 뒷바라지에도 힘썼다.
 
특히 김구가 창사에서 총격을 당해 사경을 헤맨 이른바 "남목청 사건" 때도 오건해가 백범 김구를 돌봤다. 남목청 사건은 1938년 5월 6일, 조선혁명당 본부가 있는 남목청에 조선혁명당의 이청천과 유동열, 현익철, 한국독립당의 조소앙과 홍진, 조시원, 한국국민당의 김구와 이동녕, 이시영 등이 모여 통합 논의를 하던 중 조선혁명당 간부 이운한이 회의장에 뛰어 들어 권총을 난사한 사건이다.
 
이때 현익철은 현장에서 사망했다. 유동열, 이청천과 함께 총상을 당한 김구도 이때 목숨을 잃을 뻔했다. 사건 직후 김구를 진찰한 중국 의사는 소생할 가망이 없다고 판단하고 응급처치도 하지 않은 채 문간방에 방치해 둔 상태였다. 그런데 김구가 기적적으로 소생하면서 응급 치료가 진행됐고, 회생할 수 있었다. 
 
김구가 퇴원 후 요양할 때 식사 등의 뒷바라지를 맡은 것도 오건해였다. 김구가 충칭 시기 홀로 시내에 머물며 임시정부를 이끌 때도 거의 모든 숙식을 오건해가 책임졌다고 한다.
 
오건해가 독립운동가의 뒷바라지만 한 것은 아니었다. 오건해는 1940년 6월 17일 충칭에서 창립된 한국혁명여성동맹의 일원이었고, 1942년부터는 한국독립당원으로 참가해 활동했다.

그럼에도 오건해가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은 것은 남편 신건식이 1977년에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은 데 반해 늦어도 한참 늦은 2017년의 일이었다. 
 
정정산(1900~1992, 본명 정현숙)의 묘비가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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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 출신으로 본명이 정현숙인 정정산은 남편 오광선(1896-1967)과 함께 애국지사묘역에 안장되어 있다.
 
경기도 용인의 유명한 독립운동가 집안의 일원인 남편 오광선은 신흥무관학교를 졸업한 후 서로군정서 별동대장과 경비대장으로 활동했고, 조중연합군을 형성해 일본군을 궤멸시킨 1933년의 수분하 대전자 전투에 지청천 장군과 함께 참전하기도 했다. 오광선의 아버지이자 정정산의 시아버지인 오인수도 의병운동으로 서대문형무소에서 8년간 옥살이를 한 인물이다.
 
먼저 만주로 간 남편 오광선을 만나러 감옥서 나온 시아버지를 모시고 1918년께 만주로 망명한 정정산은 1935년까지 만주 길림성 일대에서 독립군의 뒷바라지와 비밀 연락임무를 수행하며 독립운동을 전개했다. 북만주 액목현에 있을 때 나중에 광복군에서 활약하는 두 딸 오희옥, 오희영을 낳는다.
 
1935년 이후에는 중국 난징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 요인들의 뒷바라지를 하는 한편, 1940년에는 한국혁명여성동맹 결성에 참여해 맹원으로 활동하고 한국독립당 당원이자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임시의정원 의원을 맡는 등 독립운동에 헌신했다. 
 
그런데 애국지사묘역 정정산의 묘비에서 이상한 점이 발견된다. 남성 중심의 사고 잔재가 남아 있는 결과일까? 1992년 돌아가시면서 이미 애국지사묘역에 안장돼 있던 남편과 함께 합장됐는데, 기존 묘비에 "배위애국지사 정정산 합장"이라는 문구를 왼편에 작게 새겨놨다. 이는 부부의 이름을 나란히 새겨놓고 있는 다른 부부 독립운동가의 묘비와 뚜렷이 구별된다.

물론 다른 부부 독립운동가의 묘비도 처음에는 남성 독립운동가를 묘비 중앙에 새기고 여성 독립운동가는 왼편에 조그맣게 "배위 OOO 합장"으로 새겨 놓고 있었다. 같은 독립운동가임에도 여성 독립운동가는 단지 독립운동가 OOO의 부인으로만 이해되고 있었을 뿐이다.

그나마 오광심-김학규 부부, 오건해-신건식 부부 등과 같은 다른 독립운동가의 묘비는 비록 최근의 일일지라도 둘의 이름을 나란히 새겨넣은 묘비로 모두 바뀌었다. 유독 바뀌지 않고 있는 정정산-오광선 부부의 묘비 역시 시정이 필요하다.

더군다나 국립 서울현충원이 발간한 "독립유공자 묘역" 안내 브로셔에도 정정산이 안장돼 있는 36번 묘 칸에는 남편 오광선의 이름만 인쇄돼 있을 뿐, 정정산의 이름은 아예 보이지 않는다. 여러모로 이상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조선인 최초의 여성비행사 권기옥(1901~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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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옥도 남자현과 더불어 영화 <암살>의 주인공 안옥윤의 롤모델 중 한 명으로 알려져 있다. 숭의여학교 재학 중 3.1만세운동에 참여하기도 했던 권기옥은 대한애국부인회 사건으로 6개월간 감옥살이를 한 뒤 중국으로 망명해 "조선인 최초의 여성비행사"가 됐다. 비행기를 몰아 조선총독부와 일왕이 있는 궁성을 폭파하겠다는 열망으로 비행사가 된 그였다.

권기옥의 남편은 신한민주혁명당 중앙위원 겸 군사부장과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임시의정원 의원을 지낸 독립운동가 이상정(1896~1947)인데,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로 유명한 시인 이상화(1901~1943)는 권기옥의 시동생이다.
 
1925년 운남육군항공학교를 졸업한 후 임시정부의 소개로 풍옥상 부대에서 비행사로 복무했다. 1927년 장개석이 북벌을 벌일 때, 동로 항공사령부에 해방 후 2대 공군참모총장을 지낸 최용덕(1898~1969, 장군제1묘역 안장)과 함께 가담하는 등 10여 년 동안 중국 공군에 참여했다.

1928년 5월 31일 난징에서 일본 경찰에 체포돼 옥고를 치르기도 한 권기옥은 1937년 중일전쟁이 발발하자 충칭에 있는 중국 국민정부 육군참모학교의 교관으로 임명돼 적 정보를 연구해 직접 가르치는 등 후진양성에 힘썼다. 
 
1943년에는 충칭의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직할로 김순애·방순희·최선화·최애림·최형록 등과 함께 대한민국애국부인회(회장 김순애)를 재조직해 사교부장으로 활동하였다. 광복 후에는 장개석의 국민정부와의 외교에 힘쓰다 1949년에 귀국했다.
[이 게시물은 한예지님에 의해 2020-02-27 11:33:17 민족/국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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