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호텔과 하얏트 호텔의 초저가 공시지가를 당장 현실화하는 것은 어렵다. 표준지로 지정된 이 호텔의 공시지가가 오르면 인근 주택지 공시지가도 함께 오르게 돼 있다. 이 경우 인근 주민들의 부동산세금 부담이 급증하는 부작용이 우려된다.
[기획 1] 단독주택보다 싼 신라·하얏트 공시지가... 매년 수십억 세금 특혜[기획 2] 5성급 호텔 부지가 "제1종 주거지역"이라고?[기획 3] 신라·하얏트·반얀트리 재산세, 경쟁 호텔의 1/10만 낸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신라호텔(중구 장충동2가 202)과 하얏트호텔(용산구 한남동 747-7)은 제1종일반주거지역 표준지로 지정돼 있다. 표준지로 지정되면, 인근 주택가의 토지 가격도 이 표준지 가격을 기준으로 매겨진다.
가령 신라호텔 공시지가가 ㎡당 550만 원이라고 하면, 1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지정된 다른 토지들도 550만 원 범위 내에서 가격이 책정된다. 개별 요인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550만 원보다 현저하게 높거나 낮게 책정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해당 호텔이 표준지로 선정된 것에 대해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고가 호텔 부지인 만큼 더 신경 써서 심사도 하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특수토지와 비슷하게 취급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라고 말했다.
해당 토지가 표준지로 처음 지정된 것은 1990년이다. 1990년 당시 신라호텔의 공시가격은 ㎡당 105만 원, 하얏트 호텔은 82만 원이었다. 같은 기간 신라호텔 인근에 있는 그랜드앰배서더 호텔의 공시지가는 ㎡당 210만 원이었다.
시작부터 격차가 컸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격차는 더 벌어졌다. 1990~2019년까지 하얏트 호텔은 연 평균 13만 원, 신라 호텔은 11만 원 가량 상승했다. 반면 그랜드 앰배서더는 매년 평균 36만 원 가량 상승하면서, 지금의 가격 수준에 도달했다.
가격 상승폭도 그랜드앰배서더가 3배 많았던 것. "국토부가 표준지로 관리한다고 하는 것은 더 싼 가격에 맞추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그렇다고 당장 이 호텔들의 공시지가를 주변 특급호텔 수준으로 당장 현실화하기도 어렵다.
서울 중구청에 따르면 신라호텔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공시지가가 매겨진 토지는 장충동 일대 39개 필지, 하얏트 호텔을 기준으로 한 토지는 13개 필지다. 만약 이 호텔 공시지가를 한꺼번에 올린다면 52필지 공시가격도 덩달아 오르게 된다.
결과적으로 이 필지를 소유한 땅주인들의 세금 부담이 급격히 늘어나게 되고, 형평성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 표준지로 지정된 호텔땅이 52개 주택의 땅을 인질로 잡고 있는 형국이다.
"대표성 없는 호텔땅을 표준지로 지정한 것부터가 문제"
호텔이 있는 땅을 표준지로 선정한 것도 문제였다는 지적이다. 국토교통부의 표준지 선정 및 관리지침에 따르면 표준지는 토지의 대표성과 중용성, 안정성, 확정성 등의 정성적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대표성을 띠는 1종 주거지역 토지라면, 그 땅에는 호텔이 아닌 주택이 있는 것이 상식적으로 맞다. 표준지 요건에 맞지 않는 토지를 표준지로 선정했다는 지적이다.
표준지 선정 지침을 만드는 과정에서 연구 용역을 수행했던 정수연 제주대 교수는 "주변에 주택지가 많으면, 당연히 주택이 있는 곳이 표준지로 뽑혀야 한다"며 "호텔이 있는 땅이 주거지역을 대표하는 땅이 될 수 없다, 대표성이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이어 "호텔 공시지가를 올리면 주변 주택가도 함께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조정하기도 힘들게 된 상황"이라며 "제 기준에서 본다면, 해당 호텔 토지를 표준지로 설정한 것은 지침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