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9일 오후 11시50분 숙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83세.
그는 1966년까지 섬유회사인 한성실업에서 일하다 서른 한 살이던 1967년에 자본금 500만원, 직원 5명과 함께 대우실업을 창업했다. 45세인 1981년 대우그룹 회장에 올라, 대우를 재계 서열 2위까지 올려놓는 "샐러리맨 신화"를 만들어 냈다.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는 베스트셀러도 남겼다.
그러나 IMF 구제금융 사태로 온 나라가 어려움을 겪던 시기에 사상 최대 규모인 41조 원대 분식회계가 드러나면서 그는 몰락의 길로 접어 들었다. 1999년 8월 핵심 계열사가 모두 워크아웃 대상이 되면서 대우그룹은 공중분해됐다.
그해 10월 그는 중국으로 도피했다. 그 뒤 41조원의 분식회계가 세상에 알려졌고, 이를 통해 10조원 가까운 사기대출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자 귀국하지 못하고 해외를 떠돌았다.
6년 뒤 귀국한 김 회장에게 징역 8년 6개월, 추징금 17조 9천억 원이 선고됐지만, 2008년에 특별사면을 받았다. 하지만 추징금을 내지 않아 지금까지도 미납 상태다.
"우리 경제계의 큰 별이 가셨다"
김 전 회장의 빈소는 그가 사재를 출연해 세운 수원 아주대병원 1호실에 차려졌다. 10일 낮 장례식장은 문상객과 수많은 취재진으로 붐볐다. 김동연 전 기획재정부 장관 등이 보낸 조화가 복도에 즐비했다.
조문은 이 날 오전 10시부터 시작됐다. 4시간여 만인 오후 2시 30분까지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자유한국당 조원진·주호영·조훈현 국회의원, 홍사덕 전 국회의원 등 조문객들이 장례식장을 찾았다.
배순훈 전 대우전자 사장(전 정보통신부장관)은 2시 30분께 기자들 앞에 서서 "서른셋에 김 회장님을 만나 세계 각지를 돌아다녔다"라고 고인과의 추억을 되짚었다.
이어 배 전 사장은 "김 회장님이 우리나라 경제가 발전하는 데 동력을 제공한 분인데, 그걸 인정하지 않는 것 같아서 아쉽다. 다음 세대에는 존경을 받았으면 좋겠다. 얼마 전 문병 왔을 때 나를 끌어안으며 좋아했다. 좀더 사실 것 같았는데... 그래서 아쉬운 감이 더 많다"라고 밝혔다.
자신을 전 대우 그룹 직원이라 밝힌 한 문상객은 기자와 한 인터뷰에서 "우리 경제계의 큰 별이 가셨다. 많은 업적과 신화를 남긴 회장님이 가셨다"라고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고인의 영결식은 12일 오전 8시 아주대병원 별관 대강당에서 치러질 예정이다. 장지는 충남 태안군 소재 선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