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중앙포토
0.05㎜의 펜 끝으로 국내외 건축 문화재를 복원하는 그림을 그려 온 김영택 한국펜화가협회 명예회장이 13일 오후 타계했다. 76세.
고인은 대장암이 재발해 말기에 달했으나 이달에 전시회를 추진하는 등 생애 끝까지 그림에 대한 열정을 불살랐다. 김 화백은 서양에서 시작된 펜화를 독학으로 익힌 뒤 역사적 고증을 거쳐 우리 전통 건축물을 펜화로 복원하는 데 독보적인 업적을 남겼다. 화업 30년을 결산하는 마지막 개인전 개막을 일주일 앞두고 눈 감아 주변을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고인은 1945년 인천에서 태어나 홍익대 미대에서 공업디자인을 공부한 후 제일기획 등 광고기획사에서 산업디자이너로 일했다. 1977년 종합 디자인 회사를 설립해 운영했으며, 1993년 국제상표센터(ITC)가 세계 정상급 디자이너에게 부여하는 '디자인 앰배서더'로 선정됐다.
사진 = 김영택
디자이너로 성공했지만 1994년 프랑스 파리 루브르박물관에서 서양식 건축물을 세밀하게 묘사한 펜화를 접한 뒤 나이 오십에 펜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펜화는 펜촉을 사포로 갈아 0.05㎜, 0.03㎜ 굵기로 만든 뒤 도화지에 선을 50만∼80만번 그어 완성하는 작업. 펜화를 시작하며 그는 전국을 돌며 우리 문화재를 한국적 화풍으로 표현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현재 보이는 모습만 재현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료를 뒤져가며 유실되거나 손실된 부분까지 온전하게 되살리는 데 정성을 쏟았다. 서양에서 인쇄술의 발전과 함께 흥성했다가 현대에서 퇴조한 기록 펜화를 한국에서 재탄생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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